2008. 4. 25. 19:09

제대로 놀기 위해서 필요한 것에 대한 고찰(을 빙자한 뻘글)

정말 제대로 놀고 싶다면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돈이다.
하나는 시간이다.
하나는 젊음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릴 때는 젊음과 시간이 있지만 돈이 없고, 직장을 가질 무렵에는 젊음과 돈이 있지만 시간이 없고, 나이가 들면 돈과 시간이 있지만 젊음이 없다. 따라서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 제대로 노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고2때인가, 어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에 참 가슴에 와닿는 말이었다. 제대로 놀고 싶으면 재벌 2세가 되던가, 졸부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인데, 프롤레타리아 계층의 전형적인 소시민이자 피끓는 질풍노도의 시기로써 어찌 억울하지 않았으랴.

  고등학교 때야 돈은 원래 없을 때고 젊다 못해 너무 어릴 때였으니 제대로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일지도 몰랐던 시절이라 그냥 넘어가고, 대학교 때를 생각해 보면 확실히 시간과 젊음에 비해 돈이 턱없이 모자랐다. 뭐 나란 사람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잘 살지만, 여자친구 한 번 만나니까 지갑이 주구장창 박살이 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어쩔 때는 나보다 여자친구가 돈을 더 쓰는 데도 불구하고 항상 용돈이 남아나지 않아 알바를 뛰어야 하는, 슬픈 현실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대학교 4학년 시절의 1년은 참으로 이질적인 시간이었다. 시간도 많았고, 젊음도 있었고, 어떻게 놀아야 재미있는지도 깨달았는데 거기에 돈까지 있었다. 적어도 반 년 이상 신나게 놀 수 있는 돈이. 그렇다면 미친듯이 젊음을 불사르며 내일 죽어도 후회가 없도록 난장을 피웠어야 내 인생에 그래도 제대로 즐긴 시절이 있었구나 하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을텐데, 이 때는 내가 최고조로 미쳐 있을 때였다. ㅡㅡ; 여자친구는 안 만든다고 공언하고 다녀, 무언가 배우고 싶다고 외치고 다니면서 집에 짱박혀있어, 인간 관계는 갈수록 좁아지고. 거기에 유불선 사상이 내 머릿 속에 짬뽕 되어 금욕적인 나날까지, 내 생애 가장 즐겁게 보낸 시절이 아니라 내 생애 가장 쓸데없이 보낸 시간이라고 해야 되나?

  지금은 직장 초년병이다보니 주머니에 돈 있고, 내 나이 아직 서른도 안 된 터이니 젊다 할 것이고, 주중이야 모르지만 주말에는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 할 지경이니 아직 과도기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아직 제대로 놀기에는 늦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앞으로 영원히 못올 황금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으려나. 그런데, 주말에 공부해야 되는데 여자친구 만들 수 없어 라고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이게 아직 미쳐 있는 건지, 아니면 이제 직장인에 완전히 융화되어 시간이 없어지려고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뭐 주위 여건들도(가족, 친구, 직장, 기타 등등) 잘 받쳐주지 않고, 연애세포도 다 죽어서 애인 만들기도 귀찮은 마당에 무슨 놀자 타령이겠냐마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 없이 세월에 몸 맡기고 피동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지름길을 밟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기계발을 못 할 바에야 차라리 놀기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단편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글이 이렇게 뒤죽박죽 잡설로 변질되버렸다. 얼른 머릿 속 사고를 멈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