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9. 11:50

모 대부업체 광고를 보고 빡쳐서 쓰는 글

요새는 국가, 기업, 개인 각각 신용평가라는게 붙여져서

나라는 사람에 대한 금융적인 신용도를 특정 회사가 주관적인 요소를 통해 등급을 매긴다.

나를 다른 사람이 등급 매겨서 금융거래를 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는게 기분 좋진 않지만,

언젠가 목돈이 필요해서 은행에 읍소하는 날이 한 번은 있을텐데 이왕이면 관리를 잘 하는게 낫지 않나 싶다.

 

뻘소리 그만 하고,

저 신용등급이 졸업하고 직장에 짠 하고 들어갔을 시점에서

대출 없고 연체 없다고 바로 1등급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이 돈을 빌렸을 때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가 등급을 매기는데 큰 요소 중 하나라서

꾸준히 돈 벌면서 신용에 금 가는 짓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사회 초년생들은 4~5등급을 받는다고 한다.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대출을 받고 나서 상환을 제 때에 못 한다

2. 공과금 및 기타 요금을 제 때에 못 낸다

3. 소액이든 아니든 대출이 잦다

4. 제3금융권 아래에서 대출을 받은 적이 있다

 

음? 내가 대출을 어디서 받건간에 기한 내에 잘 갚기만 하면 되지 왜 내 신용등급을 깎나?

하는 의문이 자연히 들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제3금융권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못 빌리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제1금융권 = 은행

제2금융권 = 카드, 보험, 투자신탁, 기타 금융업체

제3금융권 = 인가된 대부업체

(그 밑으로는 사채)

대강 이렇게 정리되는데,

제1금융권은 충분히 돈을 값을 여력이 있는 사람이 돈을 빌려다 쓰는 곳이라서

내가 신용이 넘치는 사람이요 하고 입증하는 데에 절차가 번거로운 대신 이자가 제일 싸다.

제2금융권은 절차를 조금 간소화하고 싶거나(그만큼의 신용도 하락을 감수하고),

제1금융권에서 돈 빌릴 만큼의 신용등급이 없는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라서 이자가 더 높다.

제3금융권은 제2금융권에서도 안 받아주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 이자가 훨씬 높다.

(돈을 안 갚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다른 사람한테 이자를 더 받아내야 수지가 맞는다

 - 라고 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지만...)

신용평가회사가 직원들이 출근도장 찍고 당구장 갔다가 사우나에서 쉴 정도로 한가한 회사는 아니라서

돈 빌리는 사람이 충분히 능력이 되는데 그냥 절차가 편하니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건지

돈을 융통할 길이 없어서 대부업체를 가는건지 직접 확인해볼 길이 없으므로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것 만으로도 너는 제2금융권 갈 수 없는 애야 하는 낙인을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요새 케이블 보면 대부업체 광고가 절반을 먹고 들어갈 정도인데,

광고 내용을 보면 돈을 쉽게 빌려준다 이자가 싸다 이런 내용을 만들기보다는

감성팔이 식으로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 주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너를 도와주는 친절한 회사야 안 무서워해도 돼 언제든 돈 빌리러 와 바로 쏴줄께

하고 부추기는 듯한 내용들이 판치다 못해

얼마 전에는 아예 은행 놔두고 대부업체 썼다고 칭찬받는 내용까지 광고로 만드는걸 봤다.

이 광고들이 노리는 건

정말 급전이 필요해서 바로 빌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아니다.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대부업체 아니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충실한 고객들인데

굳이 광고를 해가면서 유인할 필요가 없다.

신용등급에 대해 이해도가 낮고(아예 관심 자체가 없거나)

아직 제대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한(취업을 아직 못 한) 젊은 사람들이

대부업체가 광고로 낚으려고 하는 대상들이다.

신용등급을 제대로 평가받기 전에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만들어서

등급을 팍팍 낮춰 아예 제1, 제2금융권을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대부업체들의 충실한 고객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이들의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특히 젊은 여성분들은 재테크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보니

여성전용대출! 여성우대금리! 이런 식으로 광고해서 사람을 낚는다.

한두푼에 벌벌 떠는 애들이 괜히 우대금리 주는게 아니다.

 

아직까지는 주위에서 저 광고 보고 이 미친놈들 하는 소리밖에 못 들어서 다행이긴 한데,

혹시 정말로 '가끔은 은행보다 여기 쓰는게 나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있을까 걱정돼서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 하나 써질렀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은 대부업체 써야지 어쩌겠나.

대부업체에서 돈 빌리는게 문제가 아니라 엄한 사람들을 유혹하는 행태가 불만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