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 18:10

파레토 법칙과 현실에 대한 고찰

경영학에서 유명하게 사용되는 파레토법칙.

소위 20/80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며,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내놓은 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의 인구가 80%의 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된 이 이론은 굉장한 파급효과를 낳아서,

20%의 사람이 80%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

20%의 시간에 80%의 업무능률을 보이고,

20%의 고객의 80%의 매출을 올리고,

20%가 열심히 일하고 80%는 놀고 있다는 것,

심지어 업그레이드해서 어느 집단이든지 20%의 잉여는 있다

등등 다양한 적용이 가능했다.

특히 곤충사회에서 일개미나 벌꿀 중에 실제로 일하고 있는 개체는 20%에 불과하고,

80%의 개체들은 빈둥대더라라는 우화 비슷한 비유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파레토법칙은 두 가지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하나는 곤충학자들의 연구결과로,

개미나 꿀벌같은 집단지성을 지닌 군집무리같은 경우

20%가 일할 때 나머지 80%는 게을러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전력으로 대기하고 있으면서

원활하게 교체를 하여 특정 부분이 지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꿀벌 20%를 없애버리고 80%만 남겼더니

다시 남은 무리 중에서 20%의 노는 꿀벌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마치 사람의 뇌는 평생 15%밖에 쓰지 않는다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이론이 정설로 여겨졌던 것처럼,

개미들이 비효율적으로 엘리트들만 뼈빠지게 일하고 나머지는 빈둥댄다는 잘못된 편견을 가져다 줄 뻔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롱테일의 법칙이라는 것으로,

vip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는 나머지 80%를 잘만 활용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요지이다.

과거 단순한 사회구조에서는 파레토법칙이 정답으로만 여겨졌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이런저런 틈새시장이 늘어나버려서

80%가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금광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런데 내가 쓰고 싶은 것은 경영학이론을 설명하는게 아니다.

직장에서 보면 어느 집단에선가는 노는 사람이 한 둘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잘라내면 회사가 잘 돌아가느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10명 중에 잉여 두 사람을 잘라냈더니 8명 중에 새로 잉여 1명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8명이 과다한 업무에 매몰되어 버리질 않나,

아예 10명이 다 빡세게 일하느라 20이고 80이고 구분할 수가 없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일터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특히나 대기업의 경우,

상위 20%가 나머지 80%을 먹여살리는 구조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상위 2%인 경영진이 아예 경영방침을 잘못 세우면 모를까,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한 부담을 어깨에 지고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한두명 자른다고 해서 회사가 휘청할 일도 없다. 누군가는 공백을 메꿈.)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기 참 힘들다는 자괴감도 들고,

전세계적으로 노동강도 탑에 꼽히는 힘든 나라에서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기승전병의 구조에 입각하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적합한 지도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여

이번달에 있는 대통령선거에 다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병으로 마무리 하는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