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9. 23:42

분신사바에 관한 아른한 추억

  여름철이라 그런지 공포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는다.

  내가 가끔 들르는 다음 엽혹진 까페에서는 여름마다 공포게시판을 만들어서 가끔 들어가본다(리플 10개 이상 되는 글만 읽는다 - 자체 검열 ㅋㅋ).

  게시판에 글이 많은데, 그 중 분신사바에 관련된 글 보면 다들 무슨 귀신을 불렀는지 소환할 때마다 사고를 쳐댄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일병 말인가 상병 초쯤에 취침시간 전 TV에서 분신사바를 주제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을 시청한 내 앞 사무실 선임병(이하 식스), 흥미가 생겼는지 우리들도 한번 저거 해 보자고 극성을 부렸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 때 방송 내용이 분신사바 했다가 피 본 사례들과 무속인들 불러놓고 분신사바의 문제점과 주의점 등등 웃기는 소리들을 늘어놓았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하지 말라는 내용이 주였기 때문에 우리 내무반원들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ㅋㅋ

  어찌어찌하다가 어딜 가든 비정상 소리를 듣는 나와 내 바로 밑의 후임이 뽑혔다. 나는 뭐 단순히 흥미가 있었달까. 내 후임은 짬에 밀려 억지로 됐었던가? 이거 기억이 잘 안 나네 ㅡㅡ;

  아무튼 내무반 불 꺼놓고 빨간 볼펜을 또 어디서 찾아와서 ㅋㅋ 종이에다가 간단하게 O X 를 그리고 시작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이떼 쿠다사이 ~~~!#@!#%@#%"

  주문 영창 후 한참을 기다렸는데 반응 없는 볼펜 ㅡㅡ;;

  다들 김 샜다는 표정으로 자기 할 일을 찾아서 가려는데 식스가 자기도 한 번 해 보자고 나섰다. 파트너는 이번에도 나.

 또 주문 영창 후 한 10초 정도 기다렸는데 역시 반응 없길래 그거 보라고 아무일 없지 않느냐고 식스를 면박 주는데 볼펜이 움직였다.

  "야 니가 움직였지"
  "식스병장님이 움직였지 말입니다"

  한동안 서로 니가 움직였네 아니네 실랑이를 벌이다가 이내 흥미를 잃어버렸다. 귀신이 왔으면 왔는거고 아니면 아닌거고 우리는 잠을 자야 했으니까... ㅡㅡ^ 그래서 종이랑 펜 치워버리고 침상에 누웠다.

  다음날, 내 후임은 이유 없는 몸살로 3일을 앓아 누웠고 식스는 갑자기 눈이 시뻘개진 상태로 1주일을 보냈다. 분신사바 끝낼 때는 법칙이 있다지 아마? 그걸 안 따르면 귀신이 해꼬지를 한다더니 과연 그랬던 것일까? 그래서 몇 일 동안 식스랑 볼펜이 움직였던 이유와 원인 모를 후유증에 대한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두 번이나 멋대로 했던 나는 왜 멀쩡했던 건지는 아직도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