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11. 23:03

혼자 먹을 김치전 만들기

일기예보에서 월/화 비 올거라고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출근했다가 저녁에 비 맞으면서 퇴근했습니다.
그래서 슬픈 마음을 달래고자 집에서 김치전을 해먹기로 결정.

마트에 들러서 부침가루, 신김치, 양파, 청양고추를 구매하고
집에 와서 김치전에 투입할 재료들을 점검합니다.


부침가루, 신김치 500g, 식용유, 소금
달걀을 넣어먹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떤 블로그에도 계란은 비추라고 적혀있어서 일단 두 개만 꺼냈습니다.
(이쯤 해서 청양고추랑 양파 사온걸 깜박했습니다)

중간에 신김치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약간 덜어서 용기에 넣으려고 했는데
철퍽 하고 튀어서 주방에 대참사 발생하는 소소한 사고를 겪고,

김치를 가위로 쒜킷쒜킷 자르고 부침가루와 물을 각각 종이컵 2컵씩 붓고 섞으니

뭔가 묽은 것 같아서 부침가루를 약간 더 타고,
단백질이 좀 아쉬워서 스팸 1/3통을 으깨 넣고,
스팸 꺼내면서 냉장고에 청양고추 던져넣은걸 발견해서 4개 썰어넣었습니다.
양파를 같이 발견했지만 손질해서 다지기 귀찮.

이러니 대충 반죽이 완성된 듯 해서 팬에 기름 두르고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후라이팬을 쓰다가 하도 기름이 튀어서 선반에 쳐넣고 큰 팬을 꺼냈더니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전을 뒤집는게 잘 안 되네요.
몇 번을 던지다 계란말이마냥 절반씩 접혀져서 걍 조각내서 하나하나 뒤집어댔습니다.

계란을 이왕 꺼냈는데 도로 넣기 뭐해서
부침개를 부치면서 중간에 계란물을 붓고 모양을 냈습니다.

두 판을 구워서 먹기 시작했는데
분명히 맨 위 사진에 소금은 꺼내서 사진만 찍고 쓰지 않고 도로 넣었는데
요정이 몰래 한 주먹 부어넣은마냥 소태처럼 짜네요.
반죽 자체는 간이 맞는데 김치를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짠 맛의 향연...
김치를 반죽 말고 용기에 더 넣을 걸 그랬나봅니다.
억지로 다 먹고 냉장고에서 계란 2개를 더 꺼내서 반죽에 투입하고
치즈도 한 장 꺼내서 잘게 찢어넣었습니다.


이러고 부치니 이젠 점성이란게 사라진 듯 합니다.
부치는 게 두 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괜히 계란을 넣지 말라는게 아닌가봅니다.

이제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음식물이 만들어졌습니다.
다행히 짠 맛은 한결 가셨네요.
근데 김치맛이 되려 안 나고 그렇다고 달걀 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퓨전요리인데 각각의 재료 맛이 중화돼서 사라진 듯한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혼자 먹을 거면 종이컵 2컵은 과했네요.
총 7장을 부쳤는데 너무 배불러서 2장은 걍 냉장고에 넣어버렸습니다.
내일 아침 메뉴는 정해졌네요.

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1인분 레시피를 다시 조합해보면

신김치 200g, 부침가루 종이컵 1컵, 물 종이컵 1컵, 청양고추 2개, (기호에 따라) 참치, 오징어 등 고기류(스팸은 실패인 듯)

이러면 한 3장 부칠 반죽량이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