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1. 21:57

노래 가사에 대한 잡념

어떤 사람이 전에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자기는 노래를 들을 때 처음에는 리듬을 듣고, 그 다음에는 가사를 듣고, 그 다음에는 연주를 듣는다고 했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마찬가지라서 - 처음에는 가락이 좋았다가, 계속 듣고 있으면 가사가 가슴에 와닿고, 또 한참 듣고 있으면 드럼이나 기타 등의 연주에 또 빠지고 - 참 공감이 갔다.

이건 잡소리고,
요새 들리는 노래 중에
가사가 아주 그냥 머릿 속을 팍 때려버리는 노래가 하나 생겼다.


써니힐 - 사랑밖에 난 몰라

아빠 죄송합니다
오늘 내 친구 모두와 바다로 가는데
아빠 차 좀 제가 씁니다 한 번만
엄마 정말 미안해
엄마 카드 좀 하루만 쓰고 옵니다
걱정하진 말아주세요 내일 봐요
사랑밖엔 난 몰라 깨져도 난 몰라
오늘 밤 나는 <하이야이야이야>
백사장 모래알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오늘 밤에 울랄라 단둘이 울랄라
별들을 보며 <하이야이야이야>
별들아 우리가 첫 키스 할 때는 꼭 눈감아
아빠 미안해요 (사실은 MT 안 가요)
엄마 미안해요 (그녀와 단둘이 가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내일 봐요
사랑밖에 난 몰라 깨져도 난 몰라  
오늘 밤 나는 <하이야이야이야>
백사장 모래알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오늘 밤에 울랄라 단둘이 울랄라
별들을 보며 <하이야이야이야>
떠나자 바다로 떠나자 단둘이서 이대로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
오늘 밤 너와 나 사랑할거야
저 태양이 잠들어 버리고 난 후에
그대와 나 단둘이 오늘밤 단둘이
별들을 보며 <하이야이야이야>
네 눈에 나를 다 풍덩 빠뜨릴래 사랑해
오늘 밤에 울랄라 단둘이 울랄라
별들을 보며 <하이야이야이야>
별들아 우리가 첫 키스 할 때는 꼭 눈감아
사랑밖엔 난 몰라 사랑밖엔 난 몰라
사랑밖에 정말  <하이야이야이야>
백사장 모래알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오늘 밤에 울랄라 단둘이 울랄라
별들을 보며<하이야이야이야>
떠나요 바다로 떠나요 둘이서 이대로
모든 걸 잊고서 떠나요 이대로 영원히

난 이 노래를 듣고 바로 규정지었다.
이 노래는 역대 최대의 '불효자식'의 노래다!

차도 몰래 끌고 나가(면허는 있냐?), 카드도 몰래 훔쳐가(벌써부터 신불자의 길에 들어서누나), MT 간다고 구라를 치고 애인이랑 단 둘이 바닷가로 하룻밤을 지새러 간다라... 뉘집 자식인지 부모님이 땅을 치고 한탄하기를 '오냐 오냐 자식이 호로자식 된다더니'라고 할 판이다.

내가 뽑은 이 노래의 최고의 히트는 노래 중간 여자 파트에서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인데 조금 있다가 남자 파트에서는 '오늘 밤 너와 나 사랑할거야' - 그래 넌 남자다... 남자는 다 늑대지 뭐.

한참을 듣다가 갑자기 생각난게, 내가 고등학교 때 이 노래를 들었어도 과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순수한 맑은 영혼을 지닌 어린 남녀가 단 둘이 바다로 여행 간다고 꼭 사단을 내지는 않는 것 아닌가? 나도 어느덧 풍진 세상에 찌든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내 자식이 흥얼거리면 쥐어 패주고 싶은 노래임에는 틀림없다... ㅡㅡ;

그래도 이 노래는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역대 최대의 '깨는' 가사는 아니다.
자랑스럽게 선정된 가장 최고의 어처구니 없는 가사는 바로 클레오의 'Good Time' 두둥~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노래 후렴구가 다음과 같다.
'너와 함께 지내고 싶은 밤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하겠지만'

니가 자식 낳으면 허락해주겠냐?
아니, 니들은 애인 생기면 허락 받고 외박할래?
같은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들었던 노래다...

불현듯 생각난, 언제나 그렇듯 아주 쓸데없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