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30. 11:04

고담대구, 고담대구 하더니...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때부터 재림할 때까지를 말세라 하고, 말세 끝에는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한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말세는 본래 삼시(三時) 사상에서 나온 용어이다.

불교에서는 석가가 입멸한 뒤의 시대를 정법(正法)·상법(像法)·말법(末法)의 삼시로 나누는데, 석가 입멸 후 500~1,000년 동안을 정법시대라 하고, 그 후 1,000년 동안을 상법시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만년 동안을 말법시대라 한다. 정법시대에는 가르침(敎)·실천(行)·법(證)이 모두 갖추어지지만, 상법시대에는 가르침과 실천만 있고, 말법시대에는 가르침만 있다. 그리고 말법 시대가 지나면 가르침마저 들을 수 없는 법멸(法滅)의 시대가 이어진다.

인간이 살고 있는 시대는 말법시대이다. 말법시대가 오면 세상이 혼탁해져 정치와 도덕·풍속이 타락하고 악법이 성행하며 정의가 사라진다. 말세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새로운 규범과 질서의 확립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는데, 미륵신앙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바탕으로 발전한 내세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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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찾아보려던 말세는 이게 아니었다. 요한계시록의 예언이나 무간지옥의 설명 같은 끔찍한 상황을 찾아서 포스팅하고 싶었다. 그래야 지금의 내 기분이 간접적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나를 이렇게 흥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 놈이다.

한 초등학교 일상적 성폭력…가해-피해 학생 100명 넘어

  요새 센세이셔널리즘이니 해서 기사 제목을 자극적으로 짓는데 도가 튼 기자들이 판을 치지만, 이 제목은 그 기가 차는 내용을 대표하자면 턱없이 모자르는 표현이다. 도대체, 도대체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사건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런데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저기 어디 이름도 모르는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그것도 6대 광역시 중 하나인 대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동방예의지국, 그런 말을 요새 어린애들이 알기나 알까?

  사건 관련자가 100명이 넘어... 말이 100명이지, 조선시대만 해도 100명이면 한 마을에 거주하는 전체 인원이었다. 한 마을 사람들이 전체가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엄청난 사건이 아닌가? 내게 100명은 그러한 의미의 숫자이다. 이게 한 학교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저 정도 숫자가 되었으면, 그 학교에서 이 일을 모르는 애가 있으면 걔는 왕따거나 심신박약자다. 아니면 1주일 전에 전학 왔거나. 한 학교 전체 구성원들의 묵인 또는 적극적 가담 하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범죄인 것이다. 성인 조직폭력배한테나 어울릴 만한 숫자에다가 범죄의 강도도 중한데, 초등학교란다. 내가 잘못 읽은 게 맞으면 좋으련만, 초등학교란다.

  이건 성교육의 부재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에도 어떤게 옳고 어떤게 나쁘다에 관한 어렴풋한 잣대는 가지고 있었다. 저 기사에서 가해자라고 표현하는 호로자식들이 천애고아에 홀로 커서 그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격리된 상태에서 자랐거나 사이코패스가 아닌 바에야, 자신들이 하는 짓이 착한 일이라고 생각할 아이가 있을까? 이건 그 아이들의 자질, 심성 문제다. 인간의 성악설을 입증할 아주 좋은 자료로 쓰일 훌륭한 학습교재다. 아, 교육 문제가 있긴 하다. 가정교육의 부재...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은 박신부의 입을 빌려 현 세상을 혼세라고 표현했지만, 퇴마록 혼세편 나온 지도 오래 됐고, 세상이 눈부시게 발전하다보니 어느덧 이 표현도 낡은 정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 세상은 확실히, 말세다.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

  이제 사회면 기사는 보지 않기로 했다.

ps.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머릿 속에서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아서(말 한 마디에 욕 한 바가지씩 들어갈 것 같아서) 짧게 쓴 글